본문 바로가기
시사時事뉴스news

한국의 기이한 임금 지급 체계(기본급·상여금·수당·통상임금)와 최저임금법 개정

by perspector 2018. 6. 2.

상여금은 글자 그대로 '상여賞與로 주는 돈', 즉 보너스의 개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상여금이 본래 뜻으로 기능하지 않고 임금을 벌충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본급을 줄이고 그것을 상여금의 형태로 보충해 온 것이다. 예를 들어 연봉 3000만원인 A의 급여 명세서를 들여다 보니 연 기본급 1000만원, 상여금 2000만원으로 구성돼 있다고 하자. 그냥 기본급 3000만원을 주면 될 터인데 기업은 왜 일을 복잡하게 하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야근 수당을 비롯하여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각종 수당을 줄이고 싶기 때문이다.


<출처 : JTBC 썰전>


1. 각종 수당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2. 통상적으로 기본급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왔다.

3. 기본급을 적게 책정하면 지급할 수당이 줄어든다.

4. 부족한 금액(기본급)을 상여금으로 보충한다.


노동자는 정기상여금(지급 기간이 1개월을 초과하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되면 정기상여금 조건을 갖춘다)과 정기적 성격을 갖는 수당을 통상임금의 범위에 끌어오고 싶을 것이다. 사측은 당연히 반대 입장일 것이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18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에 대한 법리를 정리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바탕으로 ​2014년 1월 23일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발간했다.


<출처 :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


대법원이 내건 통상임금의 자격 조건은 소정근로의 대가여야하고,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정所定은 미리 정했다는 뜻이므로 ​연장근로 수당이나 휴일근로 수당은 통상임금이 될 수 없다. 야근과 휴일 근무를 언제, 몇 시간 하겠다고 미리 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기성·일률성·고정성에 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위 링크)을 참고하라.


노동자는 지금껏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은 임금(그러나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하는)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다시 정산하자고 사측에 요구할 수 있다. ​재정산한 임금이, 이미 수령한 임금보다 크다면 ​그 차액을 돌려달라는 청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사용자가 소멸시효가 있다고 항의하면, (그것을 받아들여) ​3년분만을 소급하여 청구할 수 있다.


조건을 따져 본 후 노동자가 청구 소송을 한다고 해도, 법원이 그것을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면, 추가 임금의 청구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신의칙에 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반복해 말하는) 위 자료를 참고하라.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은 통상임금을 다시 셈하여, 사측으로부터 그 차액을 받겠다는 소송(2011)을 냈다. ​​​2017년 8월 31일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냄으로써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와 사측은 항소를 제기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참고할 만한 기사<더팩트>).




한국의 임금 지급 구조와 그와 관련한 정보들을 나열했다. 사실에 어긋나는 것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린다. 이제 근자에 개정된 최저임금법을 간략히 정리해 보자.


  • 2019년부터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정기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를 초과하는 현금성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다.
  • 정기상여금 : 2020년 최저임금의 20% 산입, 2021년 15%, 2022년 10%, 2023년 5%, 2024년에는 0%
  • 복리후생비 : 2020년 최저임금의 5% 산입, 2021년 3% , 2022년 2%, 2023년 1%, 2024년 0%
  •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예 : 3개월) 지급하던 임금을 "임금의 총액의 변동 없이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변경(개정안 인용)"해야만 임금의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수 있다.
  •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개정안 인용) 들어야 한다.
  • 의견을 듣지 아니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안 인용).



한국에서 최저임금이라 함은 기본급을 가리켰다.

2018년의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2019년에 최저임금이 전년도에 비해 10% 상승한다고 가정하자.


A의 월급 구성을 보자.


  • 2018년 : 최저 임금으로 책정한 기본급 월 약 157만원 + 정기상여금 40만원 + 현금성 복리후생비 11만원
  • 2019년 : 최저 임금으로 책정한 기본급 월 약 173만원 + 정기상여금 40만원 + 현금성 복리후생비 11만원
  • 최저임금 173만원의 25%는, 약 43만원이다. 이는 정기상여금(40만원)을 초과하지 않으니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다.
  • 최저임금 173만원의 7%는, 약 12만원이다. 이는 복리후생비(11만원)을 초과하지 않으니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다.
  • 2018년 월급 : 약 208만원
  • 2019년 월급 : 약 224만원 (전년도에 견줘 약 16만원 증가)


A의 경우 최저임금의 25%, 7%의 금액이 각각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보다 크므로, 최저임금에 포함할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없다. A는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고스란히 입는다.




B의 월급 구성을 보자.


  • 2018년 : 최저 임금으로 책정한 기본급 월 약 157만원 + 정기상여금 50만원 + 현금성 복리후생비 17만원 (B는 A보다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많이 받는다.)
  • 2019년 : 최저 임금으로 책정한 기본급 월 약 173만원(157+12+4) + 정기상여금 43만원(50-7) + 현금성 복리후생비 12만원(17-5)
  • 최저임금 173만원의 25%는, 약 43만원이다. 50만원 빼기 43만원은 7만원이다.
  • 최저임금 173만원의 7%는, 약 12만원이다. 17만원 빼기 12만원은 5만원이다.
  • 그러므로 사측은 총 12만원(7+5)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다.
  • 2018년 월급 : 약 224만원
  • 2019년 월급 : 약 228만원 (전년도에 견줘 약 4만원 증가)


B의 경우 최저임금의 25%, 7%의 금액이 각각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보다 작으므로, 최저임금에 산입할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존재한다. 사측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위 계산에 따른) 일정 금액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킴으로써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정기상여금, 복리후생비 항목의 일부 금액을 최저임금 항목으로 옮기는 것이다. 원래대로 라면 (최저임금이 10% 인상된다고 가정할 때) 2019년의 B의 월급은 약 240만원이지만 최저임금법이 개정됨으로써 B가 받는 2019년의 월급은 약 228만원이 된다.




여당과 몇몇 야당이 힘을 합쳐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조정한 까닭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7530원, 2017년도보다 16.4% 인상 결정)으로 말미암은 재계의 부담을 덜기 위함인 듯하다. 그렇다고 재계가 이번 개정안에 크게 만족하는 것 같진 않다.


재계 :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얼마간 덜 수 있는 사업장이 생겼다. 그러나 노조가 있는 대기업에서는 취업규칙을 바꾸기 어렵다. 노사 간 단체협약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버티면 취업규칙을 바꾸지 못한다.


노동계 : 최저임금 인상 혜택 효과를 적게 보는 저소득층이 생긴다. 제94조제1항을 우회할 수 있게 했다.

제94조제1항 :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임금 수준에 따라 소득 집단을 1(최하)~5분위(최고)로 나눌 수 있다. 좀 더 간단하게 보기 위해 글쓴이는 이를 네 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① 최저임금만 받는 사람 (가장 저소득자)

② 기본금 + 상여금 + 수당을 받는 사람(저소득자+중소득자)

③ 기본금 + 상여금 + 수당을 받는 사람(중고소득자+고소득자)

④ 기본금 + 상여금 + 수당을 받는 사람(초고소득자)


  • ①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과 상관이 없다. ①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상된 대로 그 혜택을 오롯이 입는다.
  • ②에서는 최저임금법이 개정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혜택이 줄거나 없어지는 인원이 생긴다.
  • ③은 이미 꽤 고소득을 올리는 집단이지만 글의 서두에 썼듯 한국의 임금 지급 구조의 특이성 탓에 기본급이 적고 상여금이 많다. 따라서 2018년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③에 속하면서도 혜택을 본 사람이 존재한다. 이번에 최저임금법을 개정함으로써 그러한 혜택을 많이 거둬 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018월 5월 29일, 최저임금법 개정안(5.28. 국회 통과) 관련 주요내용이란 자료를 게시했다. 일부 인용한다.


연소득 2,500만원 이하 노동자(1~3분위) 중 정기상여금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25% 또는 복리후생비가 7%를 넘어 기대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노동자는 최대 21만6천명으로 추정

(1분위 4.7만명 + 2분위 8.4만명 + 3분위 8.5만명)


최저임금법이 개정됨으로써,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기대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인원에 1분위의 약 4만7천명도 포함된다고 나와 있다. 정부·여당의, 연봉 2500만원 수준의 노동자는 최저임금법 개정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고용노동부의 연구 자료로써 반박 가능한 셈이다.




결론


  • 정부·여당과 몇몇 야당의 주장은 최저임금이란 글자 그대로 최저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임금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③에 관한 문제가 해소되었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실제로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는 사람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까지 본다면, 부담을 가지는 사용자가 나올 수 있다.
  • 진보정당과 양대노총은 ②에 관한 문제를 강조한다. 차상위계층과 저임금 노동자 간의 하향 평준화이고, 소득주도성장에 역행하는 처사임을 열변한다. 일례로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피해(혜택의 상쇄)를 입을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