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讀後感15 방탄소년단(BTS) 현상은 세계 변혁의 징후인가 글쓴이에게 조금은 우스꽝스러워 보였던 방탄소년단이란 이름은 설핏하게나마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는 동력이 되었다. 제법 인기를 끄는 그룹임은 알았지만 BTS의 저력을 새삼 확인한 것은 그들이 빌보드 순위에 이름을 얹은 즈음부터다. 그들 성취의 대단함에 놀라워했으나 정작 BTS에 관심을 둔 계기는 따로 있다. 이에 관해서는 글 후미에 적겠다. BTS 관련한 간략한 정보와 그들의 성취 사항을 나열하고 궁극적으론 이른바 '방탄현상'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한다. 미리 밝히는바 이 글의 숙주는 이지영이 쓴 『BTS 예술혁명: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파레시아, 2018)과 각종 언론 보도이다. 멤버 진(김석진, 1992, 서브보컬) ‧ 슈가(민윤기, 1993, 리드래퍼) ‧ 제이홉(정호석, 1994, 서브래퍼‧메.. 2018. 8. 24.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알랭 드 보통): 보통의 일상을 위한 보통의 제언 알랭 드 보통이 스물셋의 나이에 쓴 그의 첫 작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정영목 옮김, 청미래)는 주인공이 그의 낭만적 상대(클로이)를 이상화idealization하는 장면으로 서두를 뗀다. 사랑이 시작되면 (쌍방이건 일방이건) 상대를 향한 감정의 그래프가 펼쳐진다. 감정의 곡선은 이상화를 등에 업고 우상향하며 이내 정점에 도달한다. 나머지 문제는, 그 후 펼쳐질 미끄럼틀의 구성 작업에 달렸다. 급경사는 임박한 파국의 복선이고, 완만한 경도는 관계의 연장을 내포한다. 이 소설을 찬찬히 읽고 있자면, 사랑의 생성과 소멸이 인간의 탄생과 죽음에 포개짐을 느낀다. 모든 사랑은 언젠가 죽는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다. (영화 는 위 도서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보인다[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글쓴이만 그렇게 생.. 2018. 5. 26. 『신경 끄기의 기술』(마크 맨슨): 가치를 가지치기 하라 모름지기 호모사피엔스가 아무것에도 신경 쓰지 않고 산다는 게 말이 되는가? 생生의 동아줄을 부여잡고 있을 때까진 불가피하게 신경 쓰기에 매일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말하려는 것은 무신경함이 아니다. 쓸데없는 가치를 내다 버리고 쓸데 있는 가치에 온신경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맘대로 책의 부제를 '가치를 가지치기 하라'로 정했다. 『신경 끄기의 기술』(한재호 옮김, 웅진씽크빅[갤리온], 2018)의 저자 마크 맨슨은 1984년에 미국 텍사스 주에서 태어났고 보스턴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200만 명을 상회하는 구독자를 지닌 이른바 파워블로거이다(블로그). 책의 구성을 역시 내맘대로 단순화해 보겠다. 고통이란 인간의 생生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좇으며 고통.. 2018. 5. 4. [독후감] 『그릿GRIT』(앤절라 더크워스): 열정과 끈기의 이중주 그릿grit이란 사전을 들춰보면 그릿은 투지·기개를 뜻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저자는 그릿이란 단어를 투지·기개라는 의미로만 좁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책의 부제목에 나와 있듯 그릿은 ‘열정적 끈기’를 가리킵니다. 어느 일에 열정을 가지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눈이 번쩍 뜨이며 어떤 일에 몰두한 경험을 해봤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열정의 불을 피우기는 쉬우나 그 열기를 유지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열정을 품고 시작한 일을 끈기(+열정)를 가지고 계속해 나가는 특성, 이를 그릿grit이라고 지칭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웨스트포인트에 위치한 미국 육군사관학교(별칭 : 웨스트포인트)의 비스트 배럭스를 언급하며 책의 서두를 뗍니다. 일명 비스트로 불리는 비스트 배럭스는 웨스트포인트 입학생에게 실시하는 .. 2018. 3. 16. 조지 오웰과 『1984』 (3) 3. 고전이란 고전이란 무엇일까? 고전이라고 하면, 클래식 음악이나 출판사에서 선정한 세계 문학 전집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그것만으로 고전을 정의하기엔 어쩐지 부족해 보인다. 지체 없이 국어사전을 뒤져보자. 고전古典, 명사 1. 옛날의 의식(儀式)이나 법식(法式). 2.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 3. 2세기 이래의 그리스와 로마의 대표적 저술. 4. 옛날의 서적이나 작품. 그렇지만 국어사전에서 정의 내린 고전의 개념에서도 나는 부족함을 느껴왔다. 그러던 와중에 슬라보예 지젝의 『멈춰라, 생각하라』에서 고전을 이보다 더 적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와 닿는 문장을 만났다. 정말로 위대한 작품을 가려내는 방법은 탈맥락화de-contextualizat.. 2017. 9. 16. 조지 오웰과 『1984』 (2) 2. 『1984』 이제 『1984』를 보자. 세계는 오세아니아·유라시아·이스트아시아로 삼등분 되었다. 오웰은 그중 오세아니아의 당원 윈스턴 스미스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국가는 당이 통치하며 통치권의 꼭대기엔 빅 브라더가 자리한다. 빅 브라더가 실존하는지 가상의 인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빅 브라더는 권력 그 자체이고, 모든 것을 관장한다. 그리고 언제나 당신 곁에 머문다. 저 유명한 구절을 보라! "Big Brother is watching you." 빅 브라더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곳곳에 설치된 텔레스크린은 빅 브라더의 시선이다. 텔레스크린은 당의 강령을 송신하고 아울러 당신의 모든 것을 수신한다. 통제 국가의 정수인 오세아니아. 자, 당의 세 가지 강령을 감상해보자.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 2017. 9. 15. 조지 오웰과 『1984』 (1) 이 글은 글쓴이가 2014년 모처에서 강의를 듣던 시기에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썼다. 잘 쓴 글은 아니지만, 당시 내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 그래서 그 전문을 나눠 싣는다. (조지 오웰의 생애에 관한 내용은 위키백과를 참고하여 썼고, 직접인용은 글씨 색을 달리했다.) 1. 조지 오웰과 『1984』 『1984』을 소개하기 전에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가 어떤 역사책을 집어들 때, 우리의 최초의 관심은 그 책에 포함되어 있는 사실들이 아니라 그 책을 쓴 역사가에 관한 것이 되어야 한다. 『역사란 무엇인가』 (김택현 옮김, 까치, 2014, 38쪽), E. H. 카 나는 카의 조언이 역사책뿐만 아니라 모든 자료를 해석하는 데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자료를 생산하는 생산자는.. 2017. 9. 15.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1982년에 태어난 여성 이름 중 김지영은 가장 흔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82년생 김지영의 삶의 궤적을 추적한다. 이 여정에서 독자는 세계와 온몸으로 부대끼는 김지영을 목격하게 된다. 세계와의 작용으로 형성된 2016년의 김지영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의 플롯은 이렇다. 김지영이 지인에게 빙의된 듯한 증세를 보이던 2015년 가을 무렵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작가는 시간을 거슬러 김지영의 탄생·성장·취업·결혼·출산·육아 과정을 들여다보고 이따금 가족사를 들춘다. 2016년 현재로 돌아와, 김지영의 주치의가 김지영을 진단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주치의는 자신의 가족사에 기대어 여느 남자와는 달리 김지영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살아오며 왕왕 성비 불균형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2017. 9. 5.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잔 브라흐마> 아잔 브라흐마 스님이 쓴 이 책에는, 삶의 고통에 휩싸인 이에게 필요한 조언이 그득하다. 그의 통찰력 있는 발언 중 하나를 소개한다. 자유로운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는 사람이 경험하는 세상이다. 진정한 자유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이지, 욕망의 자유가 결코 아니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갈망하고 갈망할 자유를 누리고 누린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갈망하기를 멈출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추기(追記) : 인간은 누구나 두 장의 잘못 놓인 벽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각자 안에는 그 잘못된 벽돌보다 완벽하게 쌓아 올린 벽돌들이 훨씬 많다. 일단 이것을 아는 순간, 상황은 그다지 나쁘지 않게 된다. 그때 우리 자신과 평화롭게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가진 문.. 2017. 8. 25.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 학문의 즐거움 수학자인 작가는 책에서 자신의 과제인 '특이점 해소' 과정을 그린다. 작가는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적는다. 느긋하게 기다리고[鈍], 기회를 잡을 행운이 오면[運], 나머지는 끈기[根]이다. 나는 남보다 두 배의 시간을 들이는 것을 신조로 하고 있다. 그렇다. 도중 그만두면 무슨 소용인가? 작가 말대로 끈기가 중요하다. 추기(追記) : 여기에서, 열심히 공부해도 결국 잊어버리게 되는 것을 왜 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하는 문제가 나오게 된다. 나는 그러한 질문을 하는 학생들에게 "그것은 지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라고 대답할 것이다. 즉 공부하는 과정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지혜라는 것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 2017. 8. 25.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은 이 책에서 토론이나 글쓰기에 임하는 세 가지 자기 원칙을 제시한다. 이 책을 관통하는 원칙이므로 이 세 가지만 알아도 핵심을 건질 수 있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추기(追記) : 그 긴 시간의 대부분을 인류는 문자 없이 살았다. 겨우 5,000년 전부터 점토 판이나 동물 뼈, 풀잎, 돌 죽간(竹簡)에 문자로 무엇인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적었다. 중국에서 종이를 발명하고 유럽에 금속활자와 인쇄기가 널리 보급된 후에도 사람들은 대부분 문자와 별 관계없이 살았다. 어느 대륙 어느 지역에서든 글쓰기는 권력을 가진 소수집단과 그들을 위해 .. 2017. 8. 24. <콰이어트Quiet, 수전 케인> 콰이어트Quiet 저자는 여러 데이터와 사례를 제시하며 외향성 선호 일변도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외향성을 숭배한다. 이런 이유로 자기의 내향성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외향성을 경외하는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는다. 책을 읽다 보면 내향적 성격임에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향적 성격이라서 우수한 성과를 낸 인물이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된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된다. 나는 우리 사회가 내향성을 억압하지 않고,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구분하고, 각자 자기 성향을 긍정적으로 살려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사회로 변모하기를 바란다. 추기(追記) : 여러분이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재능을 .. 2017. 8. 24.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