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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讀後感

『신경 끄기의 기술』(마크 맨슨): 가치를 가지치기 하라

by perspector 2018. 5. 4.

모름지기 호모사피엔스가 아무것에도 신경 쓰지 않고 산다는 게 말이 되는가? 생生의 동아줄을 부여잡고 있을 때까진 불가피하게 신경 쓰기에 매일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말하려는 것은 무신경함이 아니다. 쓸데없는 가치를 내다 버리고 쓸데 있는 가치에 온신경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맘대로 책의 부제를 '가치를 가지치기 하라'로 정했다. 『신경 끄기의 기술』(한재호 옮김, 웅진씽크빅[갤리온], 2018)의 저자 마크 맨슨은 1984년에 미국 텍사스 주에서 태어났고 보스턴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200만 명을 상회하는 구독자를 지닌 이른바 파워블로거이다(블로그).


책의 구성을 역시 내맘대로 단순화해 보겠다. 고통이란 인간의 생生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좇으며 고통 받고 있는가이다. 하잘것없는 가치에 매몰되어 고통스러워한다면 그만큼 맥빠지는 일이 또 있겠는가? 저자는 자기 감정의 근원을 파악하고 가치관을 확인하는 것, 곧 '자기를 인식'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좋은 가치와 나쁜 가치, 그리고 "우리 삶을 변화시킬 5가지 가치(111)"에 대해 서술한다.




행복과 고통은 거의 같은 비율로 얻는 것이

삶의 본질이다. 만일 지금 고통에 처해 있다면

이것은 우리가 전에 받거나 잃은 행복 때문이다.

행복은 고통의 끝이 아니고

고통은 행복의 끝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서

이 순환을 돌고 있을 뿐이다.


— 아잔 차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아잔 브라흐마, 류시화 옮김, 연금술사, 2014)



자기인식의 세 가지 층위


"자기인식의 첫 번째 층은 자기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난 이럴 때 행복해.', '난 이럴 때 슬퍼', '난 이럴 때 희망을 느껴.'와 같은 종류의 인식 말이다.(94)" 저자는 자기감정을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임을 인정한다.

"두 번째 층은 우리가 어떤 감정을 '왜' 느끼는지를 묻는 능력이다.(95)" 예컨대 첫 번째 층에서 '난 이럴 때 슬퍼'에 대한 답이 나왔다면 그 이유를 고심해 보는 것이다.

"세 번째 층은 가치관이다. '나는 왜 이것을 성공 또는 실패로 간주할까?' '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거지?' '난 자신과 주변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걸까?'(95)" 등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저자는 데이브 머스테인과 피트 베스트를 예로 든다. 머스테인은 메탈리카가 첫 음반을 녹음하기 직전 밴드에서 쫓겨난 기타리스트이다. 그는 분노했고 칼을 갈며 후일을 도모했다. 머스테인은 메가데스라는 헤미메탈 그룹을 결성함으로써 성공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만족할 수 없었다. 머스테인은 메탈리카와의 음반 판매량을 비교하며 제 성취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메가데스가 메탈리카를 넘어서지 못했기에(양적 비교) 그는 침울했다.

피트 베스트는 비틀즈가 음반 계약을 맺은 뒤 그룹에서 퇴출된 드러머이다. 머스테인처럼 베스트도 분노했다. 베스트도 음악 생활을 이어 갔지만 머스테인처럼 성공하진 못했다. 그러나 베스트는 제 삶에 만족했다. 비틀즈와 함께 하지 않았기에 자기 인생이 잘 풀렸다고 받아들였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그것을 해석하는 두 사람의 관점은 상이했다. 이러한 간극은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그밖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장교였던 오노다 히로를 둘러싼 자못 흥미로운 이야기도 소개된다.



좋은 가치와 나쁜 가치


저자가 구별하는 좋은 가치와 나쁜 가치의 성격은 이러하다.


좋은 가치는

① 현실에 바탕을 두고 ② 사회에 이로우며 ③ 직접 통제할 수 있다.

나쁜 가치는

① 미신적이고 ② 사회에 해로우며 ③ 직접 통제할 수 없다. (109)


저자가 생각하는 "완전히 무시해도 좋은 엉터리 가치들(103)"에는 ①쾌락 ②물질적 성공 ③'나는 다 안다'는 태도 ④무한 긍정이 있다. 쾌락이나 물질적 성공이 어느 정도는 중요함을 저자도 안다. 하지만 그것이 인생을 좌우하는 최우선 가치가 되는 일은 곤란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③에 대해서는 "인간은 틀리는 게 일상(104)"이라고 말하며 ④에 대해서는 "삶은 때로 엉망진창이라는 게 사실이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한 일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105)"이라고 강조한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5가지 가치 (111)


①강한 책임감 ②당신의 믿음을 맹신하지 않는 것 ③실패 ④거절 ⑤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숙고하는 것.



①[선택을 했으면 책임도 져야지(113)]


우리는 항상 '경험'을 책임지며 살아간다. 그것이 '내 잘못'으로 생긴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것은 삶의 일부다. (123)


우리 앞엔 무수한 선택지가 놓여 있다. 우리는 좋건 나쁘건 선택을 해야 하고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자기 잘못에 책임 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제 잘못이 아님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그러한 부정적 요소를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다고 강변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인생의 냉정함이 깃든 말을 전한다. "그래, 당신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당신 책임이다.(132)"



②[넌 틀렸어, 물론 나도 틀렸고(137)]


경험을 처리할 때 우리 두뇌가 제일 우선시하는 건 새 정보를 기존의 경험, 느낌, 믿음과 일관되게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일관되지 않는 상황을 겪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현재 경험하고 있는 것이 과거에 이미 참으로 받아들인 것과 완전히 어긋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우리 마음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 기억을 만들어내곤 한다. '현재의 경험'을 상상을 통해 만든 과거와 짜 맞춰서 이미 '확립된 의미'를 유지하는 것이다. (151)


우리 모두가 노상 틀린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니 "확실한 건,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하나뿐(139)"이라는 문장에 집중하지 말고 "매일 덜 틀린 사람으로 거듭나는 법(162)"에 대해 알아보는 게 낫다. 저자는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1 내가 틀렸다면? (162)

#2 내가 틀렸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164)

#3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면, 현재의 문제가 어떻게 바뀔까? (165)



③[실패했다고 괴로워하지 마(169)]


사람은 보통 최악의 순간을 경험한 뒤에야 인생을 보는 관점이 확 바뀐다. 일단 극심한 고통을 겪어 봐야, 우리는 기존의 가치를 돌아보며 왜 그것이 도움이 안 되는지를 따져 본다. 우리에겐 일종의 실존적 위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객관적인 눈으로 내가 지금껏 인생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았는지를 되돌아보고, 인생의 방향을 재설정하게 된다. (181-182)


반복해 말하지만 삶에서 고통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떤 가치를 좇으며 고통 받을 것인가는 선택할 수 있다. 고통을 감수하고 어떤 일에 매진한다고 해서 실패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참으로 간단하다. 그냥 '뭐라도 하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동기 부여가 행동을 이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거꾸로 행동함으로써 동기를 이끌 수 있다고 말한다.


'뭐라도 해' 원리를 따르면, 실패가 하찮게 느껴진다. 모든 결과가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성공의 기준은 그저 행동하는 것이며, 자극은 전제조건이 아니라 보상이다. 우리는 자유롭게 실패하고, 실패는 또다시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186)


해당 챕터를 읽으며 나이키의 슬로건Just Do It 이 머릿속에 포개졌다.



④[거절은 인생의 기술이야(189)]


하나의 가치를 선택하려면, 나머지 가치들을 거부해야 한다. (···)

요컨대 뭔가에 가치를 두려면, 우리는 뭔가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뭔가에 가치를 두려면, 그 외의 것을 거부해야 한다. 즉 X에 가치를 두려면, X가 아닌 것을 거부해야 한다. 거부는 가치관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무엇을 거부하느냐가 우리를 규정한다. (197)


저자는 러시아에서 머물렀던 과거를 회상하며 처음엔 너무나도 솔직한 러시아인들에게서 불편함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체류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그것이 그들의 기탄없는 소통 방식임을 알게 된다. 러시아인들은 가식이나 겉치레 없이 솔직하게 표현함으로써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망설임 없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를 건강한 관계라고 말한다. 선의의 거짓말 따윈 필요 없다. 상대의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계는 정상적 관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거절하고 거절 당함으로써 소중히 지켜야 할 자신의 가치에 몰입할 수 있다.



⑤[결국 우린 다 죽어(215)]


그는 인생을 단순한 생존의 차원으로 격하시키고 인간으로 하여금 절반밖에 인간 노릇을 못하게 만드는 옹졸함에 역겨움을 느꼈다. 자신은 저울의 한쪽에 생을, 그리고 다른 쪽에는 죽음을 놓아보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행동, 모든 나날, 그렇다, 존재할 가치가 있는 모든 시간과 순간을 죽음이라는 궁극적인 상황에 의해서 측정해보고 싶었다.


『生은 다른 곳에』(밀란 쿤데라, 안정효 옮김, 까치, 2011)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예외란 없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얼마간 죽었고 완독하는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지만 이 글을 읽는 동안 독자도 얼마간 죽었다. 죽는다는 사실은 시시로 우리의 기분을 망쳐놓는다. 그러나 생生의 도처에 새겨진 죽음의 메시지는 우리를 해방하기도 한다. 어차피 우리는 죽을 것이다. 삶의 자잘한 문제에 집착하거나 천착할 필요가 있을까? 더 중요한 가치에 몰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럼에도 죽는다는 것이 즐거울 수만은 없다. 저자는 "죽음을 마음 편히 받아들이는 유일한 길은 자신을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로 여기는 것(228)"이라고 말한다. "너 자신보다 대단한 것에 신경 써라.(228)"라고 말한다. "자신이 거대한 영원의 일부임을, 자신의 삶이 이해할 수 없는 위대한 생성의 일부를 이루는 과정일 뿐임을(228)"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영국의 소설가 마틴 에이미스Martin Amis는 말했다. '언제일지 몰라도 반드시 때가 온다. "안녕"이 반기는 인사가 아니라 작별 인사가 되었구나 깨닫는 때가 온다. 그리고 죽음, 그것은 삶이라는 임시직 후에 찾아오는 상근직이다. (···)'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데이비드 실즈,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2012)


확실한 건 확실한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뿐이라고 저자가 말했듯 이 책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아야 할 진리만을 담고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가치를 솎아 냄으로써 자신이 지켜야만 할 가치에 몰입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나름 산전수전을 겪으며 요란하게 살아 본 저자는 이제는 폭넓은 경험보다는 깊이 있는 경험을 추구한다. "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간결하게 한다."라는 하루키의 문장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자신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고, 자신의 생각·믿음을 맹신하지 않고, 행동하여 실패하고 그것을 동기 부여motivation의 밑거름으로 쓰고, 거절하거나 거절 당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을 기반으로 한 삶을 사는 것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일독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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